1. 미국의 디지털 유산 법률: RUFADAA와 주(state)별 처리 기준
미국은 디지털 유산에 대한 대응이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5년 미국 통일법위원회는 **‘RUFADAA(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라는 통일법을 제정했으며, 이는 대부분의 주에서 채택되었다. RUFADAA는 유산관리인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고인의 생전 의사와 사생활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체계다. 사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자산에 대해 위임 여부를 명시했다면, 유언장이나 사전 지침에 따라 유산관리인이 해당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이러한 법률에 맞춰 **사후 접근 기능(예: Inactive Account Manager, Legacy Contact)**을 제공한다. 다만, 각 플랫폼의 내부 정책도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단순히 법률만으로는 완벽한 상속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애플은 별도의 사망자 접근 키(Legacy Contact Key)를 요구하며, 메타(구 페이스북)는 사망 증명서 제출과 함께 사전 설정된 연락인이 있어야 계정 접근이 가능하다. 미국은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의사와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유연한 법제’를 특징으로 한다.
2. 유럽의 디지털 유산 접근: GDPR과 사생활 보호 중심
**유럽연합(EU)**은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라는 포괄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문제에 접근한다. 유럽에서는 사망자의 개인정보도 일정 기간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며, 이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사망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해석을 따르며, 유족의 계정 접근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판례를 통해 유족의 권리를 인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연방법원의 2018년 판결로,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유산이 물리적 자산과 마찬가지로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현재 독일은 민법상 재산 상속과 디지털 자산 상속의 동일한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이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파일 등도 유산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해 왔기 때문에, 디지털 유산의 상속 가능성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다.
3. 일본의 디지털 유산 대응: 법률 미비와 플랫폼 중심 처리
일본은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태다. 현재 일본 민법에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상속은 기술적 수단과 유족의 협상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사망한 후 구글, 야후재팬, 라인 등의 플랫폼에 개별적으로 문의하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법률적 근거 없이 기업의 내부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며, 이로 인해 유족의 접근이 거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이슈가 확산되며, 디지털 유산을 전문적으로 정리하는 엔딩노트 서비스(예: 유이노트, 마이엔딩노트 등)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가 생전에 본인의 계정 목록, 비밀번호, 소유 목적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고, 사망 시 지정된 가족에게 정보가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 정보를 ‘유산’으로 인정하고 강제력이 있는 상속 절차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본은 법보다 플랫폼 중심, 민간 중심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빠른 대응은 가능하지만, 유족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4. 국가별 디지털 유산 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미국, 유럽, 일본의 사례를 통해 보면,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은 각국의 법문화와 개인정보 보호관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법적 명문화와 유산관리인의 권한을 중심으로, 유럽은 GDPR에 기반한 사생활 보호 중심, 일본은 민간 기업과 사용자 간의 자율적 조정 중심이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망 전 정리(생전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법률이나 플랫폼 정책이 불완전하더라도, 사용자가 미리 계정과 자산을 정리하고 상속인에게 의사를 표현해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둘째, 플랫폼의 역할 강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사후 접근 도구(Inactive Account, Legacy Contact 등)는 법적 절차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기능을 한다. 셋째, 법률 제도의 발전 필요성이다. 특히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여 유족이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유산의 법제화는 아직 진행 중이며,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사용자는 각 국가의 특성을 이해하고, 플랫폼 정책과 연계한 개인별 맞춤형 준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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